‘국경’에 숨겨진 ‘자본’의 힘

프레시안, 2020.02.14 https://news.v.daum.net/v/20200214143803890

교통수단과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특별한 절차 없이 189여 국가들을 빠르고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어 국경이 큰 의미를 갖지 않는 “지구촌”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인다.

국경의 의미 변화

국경은 시간적, 공간적 맥락에 따라 점차 의미가 변화했고, 21세기의 국경은 역설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요구와 새로운 국경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한 결과 자유횡단을 선별적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권력이 생체계측기술과 결합해 훨씬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선진국 중상류층 사람들과 달리 개발도상국 이주 노동자들 혹은 선진국 저소득층은 경계를 넘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장벽 비즈니스와 국경산업복합체의 등장

9.11테러 후 국경은 위험관리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국경 통제 시스템은 자본과 재화를 자유롭게 이동시키고, 조건에 맞지 않은 사람은 걸러낸다. 이러한 시스템은 검문소, 공항 뿐 아니라 생체계측 기술을 통해 신체까지도 국경이 작동하게 된다.

국경 관리 및 통제 수행에 핵심 주체는 국가였으나, 중앙정부는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경계를 괸리해 경비강화, 신기술 도입에 필요한 민간 행위자 개입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전 세계 국경-안보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이했고, 장벽 비즈니스의 성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국경산업복합체의 등장이다.

미국의 국경산업복합체

미국은 국경과 이민자 유입을 통제했고, 그에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건설 중인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은 광범위한 기술 기반의 국경통제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며, 1997년부터 미국은 미국-멕시코 국경을 중심으로 감시 및 생체계측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정찰 및 감시기술을 도입해 범위를 꾸준히 확대했다.

불법 이주자를 걸러내기 위한 첨단 기술은 국경지대 말고도 미국 내부에까지 적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첨단 기술 도입에는 방위 산업체, 소프트웨어 기업, 컨설팅 회사가 개입해왔고 민간 행위자들은 신기술 도입에 활발한 로비를 진행해 미국의 국경 산업 복합체는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유럽의 Frontex

유럽연합은 효과적인 통제를 위해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하며, EU 비회원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EES 시스템을 도입해 다양한 공간적 전략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에 일환으로 2004년 Frontex를 설치했고, 국경-안보 기술 관련의 공공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이는 2015년 난민 위기 이후 가속화 되어 2019년 11월, 유럽 연합 이사회와 의회는 효과적인 국경 통제를 위해 2027년까지 Frontex에 1만명 규모의 상설 경비대 설치를 골자로 하는 이민, 국경 관리 정책을 공식 채택했다. 이들은 군수업체 등과 연계해 레이더 시스템 등의 기술을 도입해 역외 국경 지역 정찰 및 이주자 추적을 수행하고 있다.

장벽 비즈니스, 그리고 숨겨진 비용

오늘날 국경 유지 및 통제는 수십억에서 수백억 달러가 투입되는 장벽의 비즈니스가 되었고, 첨단 감시와 추적 기술을 보유한 민간 행위자의 개입으로 국경을 관리하는 이해관계자 입장에서는 위법적인 것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걸로 보인다. 다만 이면에 숨겨진 비용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경, 이주자의 이동성 통제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지만 이 자금의 대부분이 사회복지 비용을 삭감해 조달되는 점은 드러나지 않는다.

가브리엘 포페스쿠는 안보와 그의 민영화에 막대한 투자가 공적 투자를 늘리는 것보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지적했고, 국경 관리 과정 속 지나치게 장벽 비즈니스와 생체계측기술, 감시 시스템에 매몰돼 그 뒤 숨겨진 비용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